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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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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대 이강섭 법제처장] 서울신문 기고문-행정의 신뢰를 높이는 법령해석
  • 등록일 2020-12-31
  • 조회수828
  • 담당부서 처장실
  • 연락처 044-200-6503
  • 담당자 황현숙

행정의 신뢰를 높이는 법령해석

 

퇴직한 지인들이 귀촌하여 새로 집을 짓는 경우가 있다. 집을 지으려면 건축법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 개발행위허가, 농지전용허가 등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 행정 절차에는 인허가 의제라는 제도가 있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여러 인허가를 받아야 할 때 주된 인허가를 받으면 관련된 다른 인허가도 함께 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주된 인허가를 신청받은 관청에서 관련된 인허가 절차를 한꺼번에 진행하므로 국민이 개별 허가관청을 찾아다니며 각각 신청할 필요가 없다. 행정 절차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매우 편리한 제도로 현재 116개 법률에 도입되어 있다.

 

그런데 인허가의 종류가 많고 절차도 조금씩 달라 행정기관과 국민 사이에 종종 다툼이 발생하곤 한다. 한 사업자가 리조트 사업을 하려고 개발행위 허가를 받으면서 인허가 의제를 통해 산지전용허가도 함께 받았다. 이후 기간 내에 사업을 끝내지 못해 허가기간 연장을 위한 개발행위 변경허가를 신청하면서 산지전용 기간 변경허가 신청서도 함께 제출했다.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산지전용에 대한 변경신청은 당초 허가받은 기간 내에 해야 한다. 그런데 개발행위 허가 관청에서 산지전용 기간이 지난 뒤에 산지전용 허가 관청에 산지전용 기간 연장허가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는 바람에 변경허가가 거부되었다. 개발행위 허가 관청에 제때 산지전용 기간 변경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는데도 변경허가를 받지 못한 사업자는 매우 억울할 것이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사업자가 당초 개발행위 허가권자에게 산지전용 기간 연장허가를 신청한 날을 기준으로 산지전용 변경허가 신청기간 준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효율적인 행정을 도모하려는 인허가 의제 제도의 취지와 정해진 기간 내에 변경허가를 신청한 사업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다.

 

나아가 법제처는 인허가 의제 제도를 둘러싼 행정 집행상의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지난 7월 국회에 제출한 행정기본법 제정안에 인허가 의제에 관한 일반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여 개별 법령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게 한 것이다.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되면 국민이 인허가 의제 제도를 더욱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이 바로 서려면 사실에 치중할 것이며 문자에 치중해서는 안된다는 법언(法諺)이 있다. 앞으로도 법제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사회·경제 패러다임에 부응하는 합리적인 법령해석을 통해 행정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권익 보호와 법치주의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