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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대 김형연 법제처장] 문화일보 기고문 - 적극적인 법령해석으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한다.
  • 등록일 2020-05-18
  • 조회수1,088
  • 담당부서 처장실
  • 연락처 044-200-6503
  • 담당자 황현숙

적극적인 법령해석으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희귀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희귀병 치료제는 그 수요가 적지만 안정적으로 공급될 필요가 있어 약사법에서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설치하여 희귀의약품 등을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센터는 전국에 하나밖에 없어 먼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택배를 이용해 희귀의약품을 구매해 왔었다. 그런데 같은 법에 따르면 의약품판매업자는 점포가 아닌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어 택배를 이용한 판매가 위법은 아닌지 논란이 되었다. 희귀의약품을 판매하는 센터도 의약품판매업자로 보아 판매 장소를 제한해야 할까? 그래서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희귀병 환자가 반드시 센터를 직접 방문하여 치료제를 구입해야만 할까?

 

법제처는 일반 의약품판매업자에게 적용되는 판매 장소의 제한이 센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공급되기 어려운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희귀병 환자를 보호하려는 센터 설립 목적의 공공성을 고려한 것이다. 택배를 이용해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으니 희귀병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일반적추상적으로 규정되는 법령의 특성상 최대한 구체적으로 입법을 하더라도 모든 사례를 다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때맞춰 법령을 정비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논란 발생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법제처는 법령 조문의 해석을 두고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 정부 내 최종적인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유권해석을 통해 행정기관에는 일관된 집행기준을 제시하여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를 막고 국민에게는 사전적 권리구제 수단이 된다. 법령의 해석을 놓고 다툼이 있으면 대부분 많은 비용과 시일이 소요되는 소송을 통해 해결하게 되는데 법제처에서 법령의 의미를 명확히 밝힘으로써 잠재적 분쟁이 소송으로 비화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한편 법제처는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령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이 외국 국영기업과의 공동계약 발주를 앞두고 관련 법령상 계약이 가능한지에 대해, 공기업의 계약은 사적(私的) 자치가 적용되므로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계약의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관련 법령에서는 중앙관서,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기업이 공동으로 발주하는 계약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으나, 명시적으로 금지된 사항 외에는 합리적 범위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기업이 사회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해는 법제처가 법령해석제도를 운용한 지 15주년이 되는 해이다. 2005년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법령해석 전담조직을 둔 이래 6,000건 이상의 법령해석을 하여 다양한 법적 쟁점을 해결해 왔다. 아울러 법령해석제도를 점차 국민 중심으로 확대·개편하고 있다. 2010년에는 법령해석제도의 문턱을 낮춰 일반 국민도 법제처에 직접 법령해석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올해부터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심의과정에 행정기관의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참여하게 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법은 법의 진의를 살리도록 합리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Benignius leges interpretandae sunt quo voluntas earum conservetur).’ 일반적·추상적인 법령을 해석하는 경우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타당한 해석을 해야 한다는 법언이다. 정부 내 최종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법제처는 앞으로도 법령의 문언과 법령이 집행되는 현장의 상황을 두루 살펴 국민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법령을 입안·집행하는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무원 모두가 동참하기를 기대한다.